계절이 바뀌면서 부터 높은산 바윗골에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았다.
흰구름이 자주 와서 맴을 돌았고, 바람이 골골이 찾아들어 티끌을 쓸어 갔다.
밤이면 별빛이 소록소록 재였고, 아침이면 안개가 해 뜬 뒤에까지도 자욱하였다.
어느 날, 밤중에 번개가 쳤다.
천둥이 울렸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.
두번 세번 번갯불이 스쳐간 뒤였다.
첩첩이 쌓인 바위틈이 바늘귀 만큼 열리었다.
그리고 거기로부터 한 점 푸름이 비어져 나왔다.
물방울이었다.
터오는 먼동과 함께 물방울은 하나둘 모여서 작은 물줄기를이루었다.
골안개 밑으로 흐르면서 산삼 뿌리를 스쳤다.
사향노루가 딛고 간 발자국을 닦았다.
오랜 세월동안 비와 바람에 파여진 돌확이 나타났다.
작은 물은 거기에서 숨을 돌렸다.
바로 건너편에 깊은 골짜기가 있었다.
골짜기에는 한떼의 물이 모여있었다.
작은 물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물이었다.
큰 물이 말을 걸어왔다.
"넌 왜 그렇게 작은 길을 가니?"
"왜? 이 길이 어때서?"
"그 길은 작기 때문에 험한 고생만 하게 돼."
작은 물이 물었다.
"네가 가는 길은 편해서 좋니?"
"그럼. 계속 넓어지니까.
그렇게 가다보면 강에도 이르고, 바다에도 이를 거 아냐."
"그게 너의 살아가는 뜻이니?"
"나한텐 뜻 같은 건 없어. 그냥 많은 친구들이 가는 대로 따라갈 뿐이야.
그러다가 한 세상 마치는 거지 뭐."
작은 물이 말하였다.
"나한테는 작지만 소중한 뜻이 있어. 이 길이 작고 험한 길이라 하더라도 끝가는 데까지 가볼테야."
작은 물은 길을 떠났다.
가파른 돌벼랑으로 길은 이어졌다.
숨이 차고 발이 아팠다.
그러나 쉬어갈 만한 틈이 없었다.
그치지 않고 흘러가야만 했다.
아래의 큰 물은천천히 구비쳐 흐르며 산구비에 이르러서는 한참씩 머물기도 하는데.
하지만 작은 물의 몸만큼은 큰 물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맑았다.
먼지 하나 끼지 않았고, 이끼 한올 슬지 않았다.
작은 물 앞에낭떠러지가 나타났다.
작은 물은 곤두박질을 하며 아래로 떨어졌다.
아래는 작은 소였다.
소에서 나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었다.
하나는 큰 물로합해지는 넓은 길이었고, 하나는 숲속으로 간신히열려진 좁은 길이었다.
아래편 여울에서 큰 물이 손짓을 했다.
"고생하지 말고 어서 이쪽으로 와.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."
"그 길로 갔다가 다시 이쪽 길로 돌아올 수 있어?"
"그렇게는 되지 못해. 한번 합해지면 그만이야."
좁은 길로 들어선 작은 물은 숲속으로 한참을 흘렀다.
전나무들이 뒤덮인 산모퉁이에 이르면서 힘이 다한 것을 느꼈다.
몇 구비를 지나서 움푹 패어진 바닥에 드디어 멈추어 서고 말았다.
"이제 나는 풀잎 하나를 밀어낼 힘까지도 모두 써버렸어.
비록 더 멀리 가지는 못하였지만 나는 나의 길을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왔어."
작은 물은 눈을 감았다.
이튿날, 눈을 떠본 작은 물은 놀랐다.
나무들과 풀꽃들이 작은 물을 빙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.
한 점, 흰 구름이 가슴 위에서 맴을 돌고 있었고 눈이 맑은 노루가 목을 축이고 있었다.
바위종달이가 부르는 노래를 작은 물은 들었다.
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...
[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은 어디입니까?
혹 큰 물이 아닙니까?]
-정채봉-
어, 목말라~
"귀여우면 다야?" emoticon_003
이쁜글 감사합니다..항상 명랑하라..ㅋㅋ
사진 보니 옆집 형님 같다는 헤헤
행복하세요~ ^^emoticon_004